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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지도와 사진으로 본 백두산

주지태 2014. 5. 22. 14:44

 

 

 

○ 도서명 : 고지도와 사진으로 본 백두산

○ 편저자 : 이서행·정치영

○ 발행처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제1판 1쇄 발행일 : 2011년 1월 30일

 

백두산 지역은 우리나라의 건국시조 단군왕검께서 하늘을 열고 나라를 세운 곳이다. 책에 실린 지도를 통해서도 백두산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둔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그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정체성을 지켜가며 국토의 뿌리로서 상징성을 갖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지도인 청구도에 수록된 <사군삼한도>에 주요 하천의 유로가 표시되어 있으나, 산은 백두산만 유일하게 그려져 있다. 백두산은 불함산이라 기재되어 있는데 중국 산해경에 백두산의 별칭으로 처음 등장한다. 조선후기 여지도에 포함된 관북지역을 그린 <관북도>에서 백두산은 대택(천지의 다른 이름)을 둘러싼 흰색 산으로 묘사하여 신령스런 분위기를 강조하였고 그 옆으로 흐르는 토문강 발원 바로 옆에 임진년(1712) 백두산정계비를 표기하였다. 여지도에 실린 <함경도> 지도에 백두산은 실제보다 더 위쪽으로 독립적 공간에 묘사하여 민족 영산으로서 신성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렇게 우리나라 고지도에 백두산은 특별한 산으로 중국과 경계를 구분하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산이며, 다른 산은 모양까지 그려놓은 것이 없는데 백두산은 산의 모양을 그렸고, 대체로 산의 정상부분을 흰색으로 그려놓았다. 이것은 백두라는 이름이 백두산의 정상 부분이 회백색의 부석으로 두껍게 덮여 있고, 눈으로 덮인 기간이 일년 중 7개월에 이른 것과 관계가 있다.

 

백두산과 백두산 아래에 있는 다른 산들은 서로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가? 맥을 같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두만강과 압록강의 시원은 백두산 천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가? 백두산 어느 중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통하여 이것에 대한 조선과 중국의 생각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지도에는 민족의 입장과 정치적경제적 관심이 각기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백두산 고지도 자료를 세계 및 동아시아에서 백두산’, ‘한반도에서 백두산’, ‘함경도에서 백두산’, ‘군현에서 백두산’, ‘국경에서 백두산으로 차례대로 소개하고 거시적인 자료에서 미시적인 자료 순서대로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조선의 지도 자료를 통하여 백두산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자. 조선 초기 태종때 권근이희 등이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지도에 백두산은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작은 글씨로 이름만 적혀있다. 한반도의 다른 산들은 이어지는 선으로 표현하여 산맥을 나타내었으나, 백두산은 한반도의 산맥들과 단절되어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이때에는 백두대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 중기에 제작된 혼일역대국도강리지도에는 백두산이 크게 강조되었고, 백두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서울은 물론 남부지방까지 연결되었다. 16세기의 조선전도인 팔도총도를 보면 백두산은 위치가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으나, 크기와 형태면에서는 다른 산과 비교해 특별히 강조되지 않았으며 압록강과 두만강이 백두산 주변에서 발원한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조선방역지도는 다른 산과 강은 선으로 표시했는데, 오직 백두산만 독립된 산봉우리로 묘사하고 이름을 표기했다. 백두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북쪽으로는 계속 연결되지만, 남쪽으로 이어진 산줄기는 바로 아래에서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16세기 중반 동국여지승람에 수록된 <팔도총도>에 백두산은 독립된 봉우리로 묘사되었고, 압록강과 두만강 유로가 거의 수평에 가깝게 그려져 있어 당시 북쪽 변경 지역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 후반 조선지도급일본유구중원에 수록된 <조선총도>에는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두만강과 압록강과 각 산맥을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여지도에 수록된 <동국팔도대총도>에서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표기하고, 백두산 천지도 묘사하지 않아 백두산에 대한 조선의 인식이 아직 적극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백두산은 다른 산과 달리 이중선으로 묘사하고 위부분에 흰색을 채색하는 대신 바탕으로 남겨 두었다.

 

조선시대 영조정조시기 지도:부팔도부에 수록된 <천하지도>에는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그려놓고 그 사방으로 각국을 그려 넣었다. 백두산을 조선의 상징으로 인식하여 한반도 중간에 그렸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중국의 5대산 가운데 하나인 화산이나 항산보다 크게 그린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전 시기에서도 부분적으로 보였으나 조선 후기에 이르면 대부분의 조선전도에서 백두산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한반도의 산은 모두 백두산에서 이어진 줄기로 표현하는 것이 나타난다. 동국여지도에 수록된 <동국대총>에는 백두산의 정상 부분은 흰색으로 음각하여 모두 양각으로 처리한 다른 산 묘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좌해도에 수록된 <조선총도>에는 한반도 지도 가장 북쪽에 가장 크게 백두산을 그려 넣었고 두만강과 압록강이 발원하는 곳에는 둥글게 천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나, 지도 사방의 주기를 통해서 백두산으로부터 한반도의 산과 하천이 시작되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우리 민족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뻗어 나온 한반도의 산은 백두대간을 이루어 한반도를 세로로 관통한다고 생각했고, 한반도의 주요 강이 백두대간에서 시작되고, 대부분의 산이 백두대간으로 연결되어 생명의 통로가 된다고 생각했다.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강()의 그림도 지도에 따라 발원에 차이가 있다. 18세기 초 중국식 세계지도에 우리나라 등을 추가하여 그린 천하대총일람지도에서는 백두산 북쪽에서 송화강이, 서쪽에서 파저강이, 남쪽에서 압록강이 발원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파저강은 압록강에 합류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한편 백두산 동쪽에서는 분계강이, 남동쪽에는 토문강이 발원하는데, 모두 동쪽으로 흘러 두만강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18세기 조선전도에 수록된 <중국도>에는 백두산이 크게 그려져 있고, 백두산 남쪽에 백두산보다 작게 장백산이 그려져 있으며, 장백산 동북쪽에서 두만강이, 서북쪽에서 압록강이 시작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에는 백두산은 눈이 덮여 있는 것처럼 흰색으로 표현하였고, 그 중간에는 지()로 표기된 천지를 그려 넣었다. 또한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홍단수와 압록강이 백두산으로부터 발원하고 있음을 표현하였다. 18세기 중반 해동지도에 수록된 <함경도-무산부>지도에는 백두산은 많은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백두산에서 토문강과 압록강이 발원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토문강은 천지의 물이 바로 흘러나가며(북관장파지도에서는 혼돈강-일명 흑룡강이 천지의 물이 바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함), 압록강은 백두산 남쪽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백두산 주변에는 두만강이 글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나, 정계비 남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두만강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18세 후반 제작된 팔도지도지도첩에 수록된 <전도>에서는 백두산 남쪽에서 발원한 한 줄기의 하천이 혜산 등을 거쳐 압록강이 되고, 동쪽에서 발원한 세 줄기의 하천이 두만강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19세기 김정호가 제작한 청구요람에 수록한 <본조팔도주현도총목>에 이름만 표기하는 다른 산들과 달리, 백두산은 산 모양을 그렸다. 백두산 아래에는 별다른 표기 없이 타원을 그렸는데, 이것은 천지를 그린 것이다. 백두산 남쪽에서 발원하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물줄기도 표시하였다. 같은 시대 김정호가 제작한 청구도에서는 백두산을 여느 산의 묘사와 같이 녹갈색으로 채색하였지만, 마치 하늘에서 백두산을 내려다 본 듯 웅장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김정호가 손수 제작한 목판을 인쇄하여 묶은 전국지도 대동여지도에는 백두산은 다른 산과 달리 여러 겹의 산봉우리로 그렸고, 맨 위쪽의 봉우리들은 흰색으로 표현하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봉우리군 사이에 천지를 그리고 대지(大池)’라 표기하였다. 임진년정계비 동남쪽에는 건천(乾川)’이라는 표기가 보이는데, 이것은 하천이 지표가 아닌 땅 속을 흐른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이 부분에 국경선을 표시하기 위해 돌무더기, 즉 석퇴와 목책을 설치했고 이것을 지도에 그림과 글씨로 표시하였다. 또한 백두산 기슭에서 발원하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물줄기를 표시하였다.

 

대동여지도를 소축적으로 줄여서 만든 전도인 대동여지전도에는 백두산을 가장 크게 그리고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 분수령 동쪽과 서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각각 두만강과 압록강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19세기 후반에 목판으로 제작된 대조선국전도은 앞서 제작된 석인본 <조선여지도>에서 백두산을 중국령으로 인식했던 것과는 달리, 광무 년간 백두산을 조선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 지도에 나타난 백두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중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묘사하여 전통적인 중화사상을 지도에 반영하였다. 한국과 중국 국경에 인접한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중국지도에도 백두산이 실려 있다. 한반도의 다른 산은 생략되고 백두산만 표시되어 있는 경우고 많고,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표기하고 다른 산과 별 차이가 없이 표현하고 있다.

 

18세기 후반 여지도에 수록된 <천하도지도>에는 만리장성이 끝나는 동단에 조선이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두만강과 압록강의 하천경계를 생략했다. 백두산은 요동과 경계를 만들 듯 천지를 생략하고 산의 윤곽만을 과장하여 묘사하였다. 여지도에 수록된 <천하도지도>에는 세계지도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산을 백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여지도에 수록된 <천하총도>에는 백두산이 나타나 있는데, 중국은 백두산이 조선을 대표하는 영산으로 인식하였다. 여지도에 수록된 <중국지도>는 중국을 중심으로 조선을 포함하여 그린 지도이다. 이 지도에서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백두대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백두산은 압록강과 두만강의 지류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게 묘사하였다. 백두산은 원형의 천지만을 상징적으로 그려 넣고 백두산이라는 지명만 표기하여 전체적 산맥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묘사하였다. 여지도에 수록된 <성경여지전도>에 백두산은 조선뿐만 아니라 만주 일대에 기반을 둔 세력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산이다. 백두산 정계비에 나타나듯 토문강(지도에는 두만강이 토문강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동쪽 경계로 한다는 청나라의 인식을 볼 수 있다.

 

19세기 각국도에 수록된 <천지전도>에는 조선을 붉은색으로 담채하였고, 조선 부분은 매우 간략하게 윤곽을 그리고 백두산 역시 중국에서 지칭하는 장백이라 표기하고 산모양만 2점 갈색으로 소략하게 묘사하였다. 또한 각국도에 수록된 <성경전도>에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표기하였으나 천지는 그리지 않았다. 조선에서 백두산을 신성한 영산으로 차별화하여 묘사하는 것과 달이 중국 측에서 제작한 지도에서는 여느 산 묘사와 유사하여 양국 간 백두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및 동아시아에서 백두산지도 자료와 한반도에서 백두산지도 자료를 편저자의 설명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우리는 지금 위성을 통하여 지형의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위성과 적절한 관측기구도 없이 현재의 지형과 비슷한 백두산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것에 감탄과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독자 여러분들이 아직 백두산 지역을 직접 답사하지 않은 이가 많을 것인데, 큰 백지를 주고 백두산 지도를 묘사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리고 싶은가? 봉우리 개수는 몇 개를 그리고 산에는 어떤 색을 칠할까? 두만강과 압록강의 발원지와 유로를 그려 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리고 싶은가? 통일이 되어 백두산 지역을 답사하고 과학 기구가 아닌 우리의 심상으로 백두산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자.

 

함경도에서 백두산자료는 한반도에서 백두산지도 자료보다 구체적으로 백두산을 묘사했으며, ‘군현에서 백두산자료는 함경도 백두산자료보다 더 자세하게 백두산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으며, ‘국경에서 백두산군현에서 백두산자료보다 더욱 생생한 백두산의 지형과 지리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경에서 백두산에 실린 북관장파지도, 북관지도에 실린 <북관지도>, 북관지도에 실린 <무산>, 북관지도에 실린 <오라> 자료는 지도를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 줄 것이다. 이러한 기쁨은 직접 책을 보면서 확인하기 바라고, 아울러 사진으로 본 백두산 에 있는 사진을 통하여 백두산의 실제 전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